티스토리 뷰
서서 기도할 때에 아무에게나 혐의가 있거든 용서하라.
그리하여야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허물을 사하시리라.”
(마가복음 11:25)
용서는 감정이 아닌 ‘믿음의 결단’
예수님의 이 말씀은 기도와 용서를 하나로 묶은 핵심적인 가르침이다.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이 사과하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가 회개하면 용서하라”(눅 17:3)고 말씀하신 동시에, 여기에서는 상대의 행동과 상관없이 용서하라고 명령하신다.
이것은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가 진실되려면, 먼저 우리 마음이 원한과 미움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기도는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이고, 용서는 그 길을 청소하는 행위다.
성경이 말하는 용서의 본질
헬라어 ‘Aphiemi’의 의미
마가복음 11:25에서 “용서하라”는 단어는 ‘ἀφίημι (aphiēmi)’이다.
이 단어는 단순히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보내다, 해제하다, 놓아주다”라는 뜻을 가진다.
법적으로는 “빚을 탕감하다”, 영적으로는 “죄의 짐을 떠나보내다”의 의미다.
즉, 용서는 감정이 아니라 ‘의지적 결단’이다.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의 잘못을 더 이상 내 마음에 붙잡아 두지 않고,
그를 하나님께 맡기고 자유롭게 하는 행위다.
구약의 배경 — 대속죄일의 ‘보내심’
이 개념은 구약의 대속죄일(욤 키푸르)에서 이미 예표되었다.
제사장은 두 마리 염소 중 한 마리를 제물로 바치고, 다른 한 마리 아사셀 염소에게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안수한 뒤
광야로 “보내버렸다”(레위기 16:21).
이 의식은 하나님의 용서가 단순히 “감정적 화해”가 아니라, 죄를 영원히 멀리 보내어 다시 돌아올 수 없게 하는 일임을 상징한다.
즉, 참된 용서는 죄의 기억이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않게 하는 해방의 행위이다.
용서가 아닌 것
성경적 용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인정하는 것 ❌
- 죄의 결과나 책임을 면제하는 것 ❌
- 반드시 관계 회복을 요구하는 것 ❌
- 모든 것을 잊어야 한다는 것 ❌
용서와 화해는 다르다.
용서는 일방적 선택이지만, 화해는 양측의 의지가 필요하다.
용서는 “나는 당신의 죄를 더 이상 내 마음에 묶어두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그 순간 나의 영혼이 자유로워진다.
용서의 실제적 실천 단계
용서는 단번에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영적 여정이다.
성경은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보여준다.
① 마음의 결단
용서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결정이다. 용서할 기분이 들 때까지 기다리면 평생 용서하지 못한다.
골로새서 3:13은 말한다.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용서하라.”
② 상처의 인정과 하나님께 맡김
“그냥 잊어버리자”는 용서가 아니다. 상처를 인정하고,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시작이다.
“하나님, 저는 아픔을 느낍니다. 이 상처를 주님께 올려드립니다.”
이 기도는 치유의 첫걸음이다.
③ 구체적 용서 선언
“나는 ○○를 △△ 때문에 용서하기로 선택합니다.”
입 밖으로 말하는 용서 선언은 영적 해방의 힘이 있다.
스데반이 돌에 맞으면서 “주여,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라고 한 것처럼, 용서는 회개 없는 상대를 향해서도 가능하다.
④ 분노 내려놓기
에베소서 4:31–32은 말한다.
너희는 모든 악독과 노함과 분냄과 떠드는 것과 비방하는 것을 모든 악의와 함께 버리고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
분노를 붙잡고 있으면, 그 감정이 나를 지배한다.
그러나 내려놓을 때 비로소 하나님의 평안이 찾아온다.
용서와 기도의 관계
예수님은 “서서 기도할 때 용서하라”고 하셨다.
용서는 기도가 응답되기 위한 영적 조건이다. 용서하지 않은 마음은 하나님께 닫혀 있는 마음이다.
“독을 품고 하나님께 능력을 구하러 오지 말라” — 이것이 예수님의 경고다.
기도는 단순히 하나님께 말하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께 내 마음을 내어드리는 시간이다.
용서하지 않으면 내 마음의 문이 닫히고, 그 문이 닫히면 하나님의 은혜가 흘러들어오지 못한다.
하나님의 용서와 우리의 용서
마태복음 6:14–15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
이 말씀은 구원을 잃는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용서를 진심으로 경험한 사람은 반드시 용서하는 사람으로 변화된다는 의미다.
하나님께 용서받은 자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용서하게 된다.
용서는 나의 자유, 하나님의 평화
용서는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 사람의 강함의 증거다.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나님 안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그 사람의 회개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하나님께 내 마음의 짐을 맡기는 순간, 그분은 나를 묶고 있던 미움의 사슬을 끊어주신다.
“서서 기도할 때, 누구에게든 혐의가 있거든 용서하라.” (마가복음 11:25)
이 말씀은 도덕적 권면이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치유하시는 은혜의 초대다.
용서는 그 사람을 놓는 일인 동시에,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일이다.
'신앙과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호수아 - 하는 실력에서 되는 실력으로 (0) | 2024.11.19 |
---|---|
그리스도인과 오컬트 (0) | 2024.04.01 |
[번역] 모세와 같은 선지자 (0) | 2024.04.01 |
[번역] 더 이상 고아가 아닌 삶 (하지만 고아처럼 살고 싶은 유혹) (0) | 2024.03.17 |
[번역] 응답 없는 기도는 하나님의 초대입니다. (0) | 2024.03.15 |
- Total
- Today
- Yesterday
- 오블완
- 존파이퍼
- 영적우울증
- 하나님을바로알자
- 여호수아
- 강하고담대하라
- 빛을발하라
- 일어나라
- 말씀묵상
- 마틴로이드존스
- 금식보다순종
- A.W.Tozer
- 30호
- 에이든토저
- 예수님의양식
- 적은무리여무서워말라
- 불의의재물
- 하나님의평강
- 용서의방법
- 영원한거처
- 티스토리챌린지
- 하나님을위한금식
- 스가랴
- 손을견고히하라
- 산을옮기는믿음
- 할수있거든이무슨말이냐
- 영적침체
- 마가복음11장25절
- 엘리사
- 작은무리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